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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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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자욱한 도시 카일리.
의사 겸 시인 천성은 그곳에서 유령 같은 삶을 살고 있다.
꿈에서 연거푸 돌아가신 어머니를 마주한 천성은
버려진 조카를 찾기 위해 카일리를 떠나 전위안으로 향한다.
그길에서 당마이라는 자그마한 마을을 통과하게 되고
천성의 과거, 현재, 미래가 꿈결 같이 뒤섞이기 시작한다.
비간의 영화 세계에서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 구분은 무용하다. 시간성을 전제하는 각기 다른 공간들 역시 얼마든지 연결되고 병치되며 공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비동시적인 것의 동시적 존재, 혹은 그러한 상태가 비간의 장편 <카일리 블루스>에 정확히 기입되어 있다. 감옥에서 출소한 첸은 조카 웨이웨이를 찾아 카일리를 떠나 전위안으로 향한다. 그 길목에서 그가 당도한 곳은 가상의 천변 마을 당마이. 그곳에서 첸은 과거와 미래 혹은 상상과 꿈의 세계에서 온 듯한 인물들과 조우한다. 이때 카메라는 압도적이고 장대한 롱테이크로 당마이의 시공간을 신나게 오고 가고, 그 사이 인물들과 사건은 마주쳤다 분기하다 다시 만나길 거듭한다. 연속적인 내러티브에의 욕망을 거둬낸 비간의 세계에서 인물들은 죽음의 세계조차 뛰어넘어 다르게 살고 또 계속 살아 있다.
(2021년 26회 부산국제영화제/ 정지혜)
(2021년 26회 부산국제영화제/ 정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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