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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중국 부품 공급망 마비 장기화 가능성 있다

3196 2020/02/05 17:59
중국의 각 지방정부가 춘제(설) 연휴가 끝난 이후 다른 지역에 갔다가 돌아온 내외국인에게 14일 동안 자택에서 격리돼 있으라고 명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우한 및 후베이성에서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중국 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 공장 가동 중단이 장기화하고 세계 공급망 타격도 길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5일 홍콩 문회보는 상하이시가 후베이성 등 우한 폐렴이 심각한 지역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은 즉시 자진신고하고 14일간 자가 격리토록 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보도했다. 저장성 항저우, 산시성 시안, 랴오닝성 선양과 다롄 정부, 지린성과 네이멍구자치구 등은 후베이성뿐 아니라 모든 다른 지역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을 14일간 자가 격리토록 했다.

이에 따라 오는 10일부터 정상 조업에 들어갈 예정이던 기업들은 근로자의 정상 복귀가 어려워져 이후에도 최소 2주간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한 폐렴은 확산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5일 0시 기준 31개 성·시·자치구에서 우한 폐렴 확진자가 2만4324명, 사망자는 490명이라고 발표했다. 하루 전보다 확진자는 3887명, 사망자는 65명 늘었다.

한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5일 우한 폐렴 확진자가 두 명 늘어 18명이 됐다고 발표했다. 이날 확진 판정을 받은 17번째 환자는 38세 남성으로 싱가포르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18번째 환자는 21세 여성으로 16번 환자의 딸이다. 보건당국은 환자들의 이동경로와 접촉자를 파악하는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 두 번째 확진자는 증상이 호전돼 이날 퇴원했다. 교육부는 전국 대학에 개강 연기를 권고했다.
우한, 세계 20대 車부품사 밀집
중국 성장률 마이너스 가능성 …옐런 前의장 "사스때와 다르다"



중국 내 생산거점이 밀집된 주요 지역의 지방정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춘제(중국 설) 연휴를 보내고 돌아오는 사람들에게 격리 조치를 내렸다. 이 때문에 이미 균열이 생기고 있는 글로벌 서플라이체인(공급망)이 더욱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부분 지방정부가 춘제 연휴기한을 9일 이후로 연장하면서 현대자동차가 생산 중단을 결정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은 부품 조달에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흔들리는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

5일 홍콩 문회보 등에 따르면 상하이시는 후베이성 등 우한 폐렴 전염이 심각한 지역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에게 즉시 신고하고 14일간 자가 격리할 것을 명했다. 최장 14일간의 잠복기 동안 발열이나 기침 등의 증상이 없어야 정상 출근할 수 있도록 했다. 협조하지 않는 사람은 법에 따라 처리할 방침이다. 선전, 홍콩 등이 있는 남부 광둥성도 확진 환자가 많은 지역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은 14일간 자택에서 격리하면서 의학관찰을 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더 엄격한 조치를 도입한 지방정부도 많다. 북동부 지린성과 랴오닝성, 남동부 저장성, 서부 산시성의 주요 도시는 외지에서 복귀한 모든 사람을 14일 동안 자가 격리하도록 했다.

이렇게 강도 높은 조치를 내놓은 지역은 대부분 중국에서도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거점이 몰려 있는 도시들이다. 상하이에는 폭스바겐과 제너럴모터스(GM) 공장이 있다. 지린성은 폭스바겐 합작사인 제일자동차의 본거지이며, 광둥성에는 도요타·혼다·닛산 등 일본 자동차업체의 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세 지역은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생산량의 10%를 넘는 870만여 대를 생산했다. 저장성에는 LG화학을 비롯한 글로벌 화학업체들이 공장을 운영 중이며, 산시성에는 삼성전자 시안공장이 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원지인 후베이성은 오는 13일까지 전면 휴업을 유지한다. 후베이의 우한은 중국 최대 공업도시로, 보쉬와 발레오 등 세계 20대 자동차 부품업체 대부분이 공장을 두고 있다. 취동수 중국승용차협회 사무총장은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부품난에 시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컨설팅업체 QIMA의 세바스티안 브르토 대표는 “글로벌 공급망이 최소 2월 말까지 동요가 있을 것이고 3월 중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과거 전염병보다 충격 클 것”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WB) 총재는 4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우한 폐렴 사태로 올해 상반기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WB는 지난달 초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5%로 0.2%포인트 내렸는데, 이를 또 낮출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맬패스 총재는 “전 세계 항공사들이 중국행 항공편을 중단하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함께 토론회에 참석한 재닛 옐런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우한 폐렴 사태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단기 충격에 그쳤던 과거 다른 전염병 사태 때보다 더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상반기에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쪼그라들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에노도이코노믹스의 다이애나 초이레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중국 국내총생산 증가율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경기 침체 우려로 국제유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올초 배럴당 63달러 이상을 나타냈던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49.6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이날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중국의 원유 수요가 하루 평균 100만 배럴 줄어들면서 세계 원유 수요 증가율도 40%가량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